포이에시스의 첫 번째 작업은 김은선의 시집입니다.
저자 김은선은 인터넷 서점 에디터, 북웹진 기자, 아트매거진 기자, 출판 편집자, 전시 기획자, 홍보회사 카피라이터 등 다채로운 직업을 거쳤고 서울을 떠나 지방에 정착해 카페, 공장 노동자, 호텔 프론트 담당자로 일하며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. 저서로는 고양이들과 함께 식(食)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<가족의 탄생>(모비딕북스, 2020)이 있습니다.
<내가 훔친 가장 완벽했던 것들>은 언어 유희에 능통할 정도로 지적 감각을 지니고 있지만, 현실에서는 최저시급 일자리에서 일하고, 항상 평가절하 당하고,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는,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오늘날의 페미타리아트(femitariat=여성+하층-하위집단)의 감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.
그녀가 훔친 가장 완벽했던 것들은 자본주의적 편집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쓸모없는 것들입니다. 강한 사회에 대한 왜곡된 열망으로 항상 화가 나 있는 앵그리맨 사회가 경멸하는 취약한것들입니다. 그녀의 시는 그러한 무쓸모의, 그리고 취약한 존재들을 위로하는 펑크-랩의 읊조림입니다.
"어느 날 나는 고양이를 잃었고 직장을 그만 두었다. 나는 난파당한 사람처럼 살았다. 큰 기대 없이 시작한 가게는 역시나 시원치 않았다. 손님이 없는 동안 나는 빈 가게를 지키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운드클라우드에 떠도는 이름없는 뮤지션들의 힙합을 들으며 보냈다. 어떤 날에 그 노래들은 세상을 씹어 삼킬 듯 자신감이 넘쳤으나(스웩~), 대개의 날들에 그 노래들은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겨우 수습하고 있었다. 앞 날은 캄캄했다. 꼭 내 신세 같았다.
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비트에 맞춰 랩 벌스를 쓰기 시작했다. 하지만 나는 랩을 하지 못했다. 부를 수 없는 랩. 비트를 만나지 못한 랩. 그것은 어느 날부턴가 아주 이상한 시가 되기 시작했다."
"인간이 서로 같이 살아가는 이유나 목표는 그것인 것 같다. '위로'.
나는 부정적이지 않다. 다만 나쁜 것에 길들지 못하는 우리의 취약함과 취약한 부분을 사랑할 뿐이다."
"이 시집은 손님이 오지 않는 빈 카페를 지켰던 1년의 시간, 그리고 해안가의 만두공장에 다녔던 또 1년의 시간 등 최근 2년 동안에 쓴 시들을 모은 것입니다.
손님이 없었던 가게의 불을 끌 때나 공장에서 속옷까지 흠뻑 젖도록 일한 후 퇴근할 때나 저는 늘 끝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. 저에게 세상은 이미 무너져버린 어떤 곳이었습니다.
많은 사람의 삶이 고장나 버렸는데 세상이 멀쩡하다면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.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제 생각은 더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.
미래는 우리에게 더 가혹해질 것 같습니다.
저는 이전에 한번도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. 무너지고 만 세상이고 끝을 향해 걸어가는 세계라 해도 시를 쓰고 있으면 그럭저럭 견딜만합니다.
어쩌면 저처럼 가진 게 없는 여자는 시 쓰기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수단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. 제 시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. 사실은 제가 가장 크게 위로받았으므로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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